- 오솔길에서 -詩 김설하
연둣빛 순수와 푸른 청춘을 뒤로하고
뜨거웠던 날도 사그라져야 한다는 것
떠난다는 건 무척이나 쓸쓸한 일이지
화려한 날의 중심에서 조금만 더 기대고 싶었을지
돌고 도는 게 세상살이지만
지나는 바람 한점에도 속수무책
나무 밑동으로 떨어지며 울고 부는 살점들
청부라도 맡은 양 쌔한 바람 달려와
반쯤 털려 엉성한 갈참나무를 막무가내 멱살잡이다.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빼앗기듯 살붙이를 떼어내곤
앙상한 뼈마디 추스르는 것도 눈꼴시었던지
윙윙 휘파람 불어 위협하곤 유유히 사라진다
오지랖 넓은 것들은 방랑기도 있어
더러는 따라나섰을 외로움 욱신대니
누군가 포근히 감싸주기를 바라는 가슴 안
늦가을이 가득 차 있다
낭송 이충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