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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포에서 ...
여름에는 그대와 걷고 싶습니다 / 시후裵月先 복잡한 도시를 떠나 느릿한 여름에는 먼 기억의 기타소리 들려오는 이정표 없는 길을 무작정 걸어도 좋을 것만 같아 선선한 바람을 몰아서 그대와 걷고 싶습니다반바지에 하얀 남방 걸치고 밀짚모자 눌러쓰고 그대 굵은 새끼손가락만 잡고도 발걸음에 맞추어 고구마가 익어가는땅 끝 마을을 따가운 햇살 사이로 걷고 싶습니다 조금만 더 걸으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은 모랫길 백사장에 써보는 이름 파도가 달려들어 금방 지워버린다 해도 맑은 웃음으로 나누는 행복한 여름 풍경입니다 따분한 하늘이 자꾸만 말을 걸어와도 싱겁지 않은 뭉게구름을 따라서 걷다가 쨍쨍한 햇살도 시샘하여 소낙비 한차례 퍼부어도 해질녘까지 그대와 걷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