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섬. 지심도" 탐방.
한겨울에도 푸근한 날이 이어지는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에는 어디서나 동백나무가 흔하게 눈에 띈다.
수백 수천 그루의 동백나무가 한자리에 모여 울창한 동백숲을 이룬 곳도 여럿이다.
그러나 거제시 일운면의 외딴섬 지심도처럼 섬 전체가 온통 동백나무로 뒤덮인 곳은 흔치 않다.
지심도는 거제도 장승포항에서 남동쪽으로 5km쯤 떨어진 작은 섬이다.
마음 '心' 자처럼 생겼다는 이 섬은 남북으로 길다랗게 뻗었는데,
길이 1.5km 폭 500m 정도에 불과해서 마치 길쭉한 숲 하나가 바다에 떠 있는 듯하다.
면적이 하도 작다보니 상주 인구도 10여 가구에 열댓 명밖에 되지 않는다.
4월의 말 늦은때라 동백꽃은 이미 다지고 말았지만
지심도에 자생하는 식물은 동백나무 말고도 후박나무·소나무·풍란 등 모두 37종에 이른다.
하지만 동백나무가 전체 숲 면적의 60∼70%를 차지할 만큼 많아서
동백섬' 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거니와 다른 상록수들은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더욱이 몰지각한 도채꾼들의 손을 거 의 타지 않은 덕에 밑등의 굵기가 한 아름 가까이 되는 동백나무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심도의 동백꽃은 12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서 봄기운이 무르익는 4윌 하순경이면 대부분 꽃잎을 감춘다.
다섯 달 가량 계속되는 개화기에는 어느 때라도 동백의 요염한 꽃빛을 감상할 수 있지만,
날씨가 몹시 춥고 눈이 내리는 날에는 꽃망울을 잘 터트리지 않는다.
가루받이를 하기도 전에 꽃이 얼어버리면 열매를 맺을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진 삭풍도 잦아들고 개화하기에 적당한 기온과 일조량이 연일 계속되는 3월에는 겨우내 미처
터지지 못한 꽃망울들이 서로 뒤질세라 앞다투어 피어난다. 그래서 지심도의 동백꽃을 구경하기에는 3월경이 가장 좋다.
동백섬 지심도는 대부분의 해안이 제법 가파른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민가와 밭이 듬성듬성 들어앉은 섬 정상 부근은 대체로 편평하다.
주민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비탈진 산자락을 깎고 다듬은 데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의 군사기지로 활용된 탓에 그리 된 듯하다.
작은 섬인데도 지심도의 풍정은 제법 다양하다. 쪽빛 바다와 해안 절경이 내려다보이는 초원도 있고
붉은 꽃송이가 수북하게 깔린 동백숲 터널을 지나면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상록수에
둘러싸인 아담한 학교(폐교)와 농가도 만나게 된다.
한 줄기 햇살도 스며들지 못할 만큼 울울창창한 상록수림에서는 동박새와 직박구리의 노랫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작은 섬치고는 길도 아주 잘 나 있는 편이다. 선착장과 마을 사이의 비탈진 시멘트길
이외에는 모두 오솔길이지만, 이 길을 따라 2∼3시간만 걸으면 지섬도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둘러볼 수 있다.
정감 넘치는 지심도의 오솔길을 자분자분 걷다보면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이 가뿐해진다.
지심도에는 여관이나 음식점같은 숙식업소는 없지만 황재봉(681-7290)·박미옥(681-7180)·김광태(681-7183)씨 댁을 비롯한
대부분의 민가에서 민박 손님을 받으므로 하룻밤쯤 묵기에는 큰 불편이 없다.
그리고 민박집에 부탁하면 식사도 차려준다. 민박 요금은 2만 원~6만 원선. 식사는 6,000원쯤 받는다.
장승포항→지심도 : 지심호가 평일에는 3회(8:00, 10:30, 12:30, 14:30, 16:30) 출항하고 ,
주말과 휴일에는 거의 매시간 마다 출항한다.
평일에도 승객이 10명 이상이면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지심도까지는 25분이 소요되며, 요금(왕복)은 7,000윈이다.
지심도→장승포항 : 8:20, 10:50, 12:50, 14:50, 1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