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우는 일 - 詩 김설하
엷게 번지는 새벽안개처럼
심장을 돌아 표류하는
삶의 돌기들청춘은 갔어도
누군가 옮겨 놓지 않으면
꽃은 늘 그자리에서 피고 진다는 것
마음 밭에 깔리는 뭉클한 그리움
한 자락한 계절의 모퉁이를 붙잡고
추억함을꽃을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새 생명으로 태이고
누군가는 떠남을 준비하는
지상의 모든 인연은 꽃과 같아
오늘도 쉼 없이 피고 지는
산다는 것은 꽃피우는 일입니다
꽃자리만 남은 벚나무 가지에
초록이 눈 뜨고골목 저쪽에서
라일락 향기 실어 나르는 바람
코끝 벌름거리지 않아도 담장 앞까지
이끌려
뇌수 깊숙이 그 향기를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