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아 오너라 / 소설가 이오덕.
먼 남쪽 하늘눈 덮인 산봉우리를 넘고
따스한 입김으로 내 이마에 불어오너라.
양지쪽 돌담 밑소꿉놀이하던 사금파리 옆에서
새파란 것들아, 돋아나거라.
발가벗은 도토리들가랑잎 속에 묻힌
산기슭가시덤불 밑에서
달래야,
새파란 달래야, 돋아나거라.
종달새야, 하늘 높이솟아올라라!
잊었던 노래를 들려 다오.
아른아른 흐르는여울물 가에서
버들피리를 불게 해다오.
쑥을 캐게 해다오.
개나리꽃 물고 오는노랑 병아리
새로 받은 교과서의
아, 그 책 냄새 같은
봄아, 오너라.
봄아, 오너라.
내 안에 자리한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