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위에 남긴 사랑
이효녕
아무런 욕망도 매달리지 않을 듯이
아주 해맑은 사슴 눈을 닮은 그대
끝없이 야생의 하얀 눈꽃 피어나는 날
서로 손을 잡고 골목길 거닐다가
사랑의 마음을 바칠 신전을 꾸미면서
발자국 그리도 곱게 새겨 넣었는데
둘이 나란히 찍어 놓은 그 발자국
지금은 어디에 남아 추억이 될까
온 세상에 깨어져 나오는
햇살의 유리 조각 주우러 다니다가
시린 손 비비며 들어선 골목 길 찻집
애틋한 사랑은 커피향이 되어
눈이 내리는 거리 어딘가 사라지고
오늘같이 추억이 눈으로 내리는 날이면
아무 빛깔도 없는 하얀 이 세상
바람 하나가 적막의 새를 날린다
날아가는 새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감춰 둔 마음 하나씩 걷어내 걷다가
눈길 위에 두고 온 가슴 치는 사랑
추억만 눈길 위에 찍히는 발자국
얼마간 그리도 따라 오다가
그마져 지쳐 하늘색을 모두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