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겨울바다 외도
삶에 염증이 도지는 날
떠나온 겨울바다.
인동(忍冬)만 적막한 겨울바다.
이 한량없는 쓸쓸함이 한없이 적막하구나.
올라가는 빌딩만큼 채워야 하는
억겁의 허기진 삶
불덩어리 같은 삶,
그 굴레를 잠시 벗어난 지금
홀가분한 고적이 한껏 자유롭나니.
억겁의 삶도 깃털처럼 가볍나니.
나는 무방한 이 자유를 얻고자
엄동 적막한 이 독한 날씨에
낯선 겨울바다를 망연히 표류하는가.
삶의 환멸을 씻어 버린,
천년이 한결같은 초연한 겨울바다!
고달픈 영혼의 안식처 같은
저 열반적정(涅槃寂靜)의 겨울바다!
바다는 엄숙한 무게로 내게 이르기를,
자신을 닮아라 한다.
자신을 닮아라 한다.
- 옮겨온 글 -